훌쩍.. 行

신두리사구..

보현섬 2015. 5. 26. 21:22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시인 백석은 흰눈이 푹푹 쌓이는 산길에서 주옥같은 시를 구상했겠으나

모래더미에 발목이 푹푹 빠지는 내 가슴엔 싯귀가 아니라

모래바람만 연신 불던 때.. 

 

 

 

 

아무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고

바람이 만들어낸 결 그대로 있는 곳에서니 이곳이 바로 사막..

 

 

 

 

무수한 발자국들이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작은 문양을 만들고 있었고

 

 

 

 

아스라히 보이는 그 곳에 서면

다시 아득히 멀어지던..

 

 

 

 

모래 둔덕은 높고 길고..

 디딤하는 곳마다 발은 푹푹 빠지고..

 

 

 

 

허구허구 헤매다녔다.. 사막.. 비슷한 지점을 찾아..

옅은 안개만 아니었더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이 바로 보일터인데..

 

 

 

 

나스카 문화까지 들먹일 필요야 없겠으나

용케도 사람 발길을 피한 곳에 새겨진 무늬를 보면서

어느 미물이 지나간 자리면 어때 내 눈엔 이미 나스카 문양인걸..

 

 

 

 

멀리서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식물들이 뿌리를 내려 살고 있었고..

 

 

 

 

외봉낙타 쌍봉낙타 등을 연상케 하는

봉우리들이 여기 저기.. 

 

 

 

 

 

 

 

 

칼날 같은 선 너머로 올라서면 평지를 이루고

다시 완만한 구릉을 이룬 곡선들이..

 

 

 

 

사막에 선인장이 있다면 신두리에는

해풍을 맞으며 자라는 색감 고은 해당화가 피고 있어

삭막함만 가득한 사구가 아님을..

 

 

 

 

훼딩촬영을 하고 있는지.. 아름다운 연인들..

 

 

 

 

추억쌓기에 여념없던..

행복해 보이는 가족 사이를 끼어들고..

 

 

 

 

모남없이 완만한 곡선을 이룬 곳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해넘이시간까지

 

 

 

 

남은 빛살을 거두어들이자 영판 달의 표면을 보는듯이..

 

 

 

 

 

 

 

 

 

 

 

사구둔덕에서 내려다 보는 황홀한 해넘이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어둑어둑 땅거미 짙어진 뒤에야 평지로 내려온 곳에는

 야영가족들이 불빛아래로 오손도손 모여들어 정담을 나누고 있었고..

 

 

 

 

 

 

 경거망동에서온.. 속좁은 혼자의 생각이 빚어낸 최대의 실수였다

며칠을 속 끓이다 해결되었지만  나름의 상처가 깊었음에

내 마음보다 더 황량한 곳에서 나를 들여다 보고 싶어서였을까

십수년전에 가보았던 신두리사구가 보고 싶어졌고

허허벌판에 모래만 들어차 있던 기억을 붙잡고 나선 곳

 

태초엔 자연이 만들었고 사람들이 가꾸기 시작하면서

완전한 사구를 이루게된듯 싶어 보이던.. 신두리 사구

붐비는 휴일 인파로 많이 훼손된 사구의 모습을 보면서

초봄이었거나 늦가을이었더라면 좋았을것을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거니와

동네를 이룬 펜션가를 보면서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실감났으니..

 

뜨거운 햇살 아래를 걷고 안개 내린 새벽을 걷고

넓은 백사장도 거닐면서 잠시지만 상처 받았던 마음을 치유 받은 느낌.

숙소 주인으로부터 이곳이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내가 쏘다니며 남긴 발자국들이 사구 훼손의 주범이 되겠구나

앞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들터인데 구경하는 방법을 달리 만들어야 안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고 하던 신두리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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