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번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벚꽃의 낙화 속도가 초속 5cm라며 시작되는 anirnation 영화를 보다

보현섬 2024. 11. 14. 12:02

 

 

 

男과女의 사랑.. 사람의 인연.. 이 모든 것에 영원성이 배제된다라는

..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원하는 것과 달리 어긋나지고 만다는.. 암묵적으로 내재된,

..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한 시간여를 잘 이끌어 간다

불필요한 설명을 과감히 쳐낸 짧고 강렬하게 함축된 언어

음성 없이 무음으로 처리되는 부분까지

심연 깊숙한 밑바닥에 잠재된 그 무엇을 끌어올리기 충분한,

 

누구나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가뭇한 기억 저편의 첫사랑을 소리없이 끌어내

돼 줍게 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감성이 기막히다

일종의 성장 드라마로 보이는데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놓치고 본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관통했는지 모르겠다

각자 보는 시각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이니 큰 비중을 둘 필요는 없으리

 

끊임없이 내리는 눈.. 폭설로 인해 연신 이어지는 기차 연착 안내방송

주인공의 초조한 심리와 맞물려 긴장감이 고조되고

객차의 연결 통로에 놓인 발판의 섬세한 움직임이 사실에 가깝게 묘사되어

내가 그 자리에 섰는 듯 한 착각이 들게끔 한다

 

반년 넘어 만나지는 여자 친구를 그리는 설렘과 알 수 없는 불안의 기류

연착으로 약속 시간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초조함

예정보다 늦어질 도착 시간

.. 하여 역에서 기다릴 여자친구가 떠났을 것이란 불안감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줄 것을 바라기도, 아니 기다려 주었으면,

배려와 이기심의 이중적 양면성 충돌이 번복을 거듭하는 사이로

 

정적만 가득한 열차 내부 주인공 타카카의 외로움과 고독감이  순간순간

내게로 이입되어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긴 시간을 기다려 대합실에서 만나지는 장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진 반가움, 말 한마디 못한 채

남자의 옷깃만 잡은 손등으로 떨어지던 눈물방울 몇 점

말없는 표현이 더 절절하다

 

좋아하는 제 마음을 표현 못하고 먼발치에서 포기하는 카나에

다시는 자신에게 상냥하게 하지 말아 달라 당부하며 우는 모습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징징거렸다

3년간 사귄 여자친구의 문자

`우리는 천 번의 문자를 주고받았어도

아마 마음은 1센티미터 밖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을 겁니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져만 감을 느끼는 연인들의 불안정한 심리와

공허감이 잘 표현된 문구가 아니었을지

 

철로를 기점으로 길 건너 마주 서 있던 남 과 녀

땡땡땡~ 곧 기차가 통과할 거라는 신호음.. 아득한 추억을 찰나적으로 데려온다

열차가 통과하고 건너면서 스치듯 지나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누군가와 닮은 듯 한 익숙한 향기.. 그도 나를 돌아볼 것이다 분명코,

그러나 돌아보는 그 손 간으로 짧은 인연은 

잊히고 시간은 무심히 흘러간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도 인간 본연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

어떠한 사유로든 인과관계에서의 부대낌들로 허기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군데군데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해 낸 초속 5센티미터

사람의 등장보다 만화였기에 더 아름답지 않았나 싶었다

세편의 옴니버스 형태로 짜인 만화영화 개인적으로는 1편이 좋았었노라.. 고

 

살면서 저마다 심장 안 쪽 깊숙한 곳에 간직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반짝이는 화살 한 개씩은 꽂혀 있으리

황금촉 혹은 독침으로, 아름답게 혹은 저주스럽게

어쩌면 일생을 피 흘리면서도 빼내지 못할 화살촉이 될는지도

일상생활에 찌든 사람들의 잃어버린 그 무엇들을 살짝살짝 건드려 준다

 

나이 들어 사랑은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고 

언젠가 단편적으로 끄적인 기억이 있었고 보면

나이 든다고 모다 철이 드는 것은 아닌 것이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를 보고 끝내면서 내 그리움의 모항은 어디인가를 그려 보았다

초속 5센티미터 만화 영화로 한참을 흔들렸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던지 간에..

 

초속5센티미터 영화를 본 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에니매이션을

몇 편 더 찾아보았지만 이 영화만큼 빠져들게 되지는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 연결 고리도 없이 드문드문 사적인 감성으로 나열해 보았다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주제곡 원곡도 좋지만 국내 가수 `화인`이 부른 노래도 좋으니..

이참에 초속 5센티미터 주제곡이나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