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行

외경스럽기 그지 없던 도솔암

보현섬 2013. 11. 6. 02:30

 

 

  

주어진 시간이 녹녹치 않는 여행자에게 

그도 한낮의 햇살이 짧은 늦가을 산행이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보이지 않는 목적지와 보일듯 말듯 가려지고 펼쳐지는 길 위에서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단시간 거리라는 미혹됨에 시작된 발걸음.. 인적은 없고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마지막 안간힘으로 메달린 가랑잎의 떨림과 내 발자국 소리만이 들을라치면 처량하기 그지 없고 괜히 혼자 왔어 소리가 절로 나오게되더라는

 

앗 사람이다 반갑기 이를데 없으니..

" 안녕하세요 도솔암 가려면 아직 인가요?"

"오신만큼만 더 걸으시면 될겁니다"

단풍으로 붉게 물든 산 위의 길에서 산 아래로

조붓하게 그려진  길을 그리워하다니

뜬금없이 나타나고.. 난데없이 우뚝 우뚝..

울고 싶어라.. 단풍이 이렇게나 고울수 있던가를 새삼..

 

 

날카로운 부리를 닮은 것이 하릴없는 매바위라 부침하며..

아무렇지 않게 우뚝우뚝 섯으나 구성지게 잘 맞아 떨어지는 배치와 구도라니

이렇게 조화로울수가 있나 싶어 탄성이 절로

금강산을 보기 전에 오게된 도솔암이었으니 망정이지작은 금강산이라도 과언 아닐러..

누가 널더러 거기 그렇게 병풍처럼 둘러 있으라 했을꼬..

 

이 길을 연이어 꼬리물어 이어가는데그 길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눈시울 적시다 탄성을 지르다 반복할 뿐으로..

 

오르고 내리고 구비 돌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보면 허둥거림이 따르기마련 

그럼에도 불구 두발이 딱 멈춰지는 곳에 다다르면넋을 잃고.. 할 말을 잃고..

돌 투성이 악산.. 깎아지른 절벽위에 세워진 도솔암사람의 힘으로 못 이룰 것이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한 말이 것이다지극한 신심 없이는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험하고 좁길을 지나와 마주한 암자 바람 드센 터에 당당히 버티고 섯던 

도솔암 작아서 너무나 작아서 나오 모르게 울컥해지던..

법당 가득히 맴도는 향내로 누군가 앞서 다녀갔음을 .. 낮추어 엎드려 삼배를 올리다

암자 문을 활짝 열고 내어다보니.. 묵묵히 네가 자리하고 있었구나 

간이화장실 옆에 있던 도솔암 스님의 거처..

 

 

 

왼쪽으로 내려와 올려다본 도솔암

커다란 암석과 암석 사이 공간을 어떻게 저리 메워 갔을까

 

 

 

 

...

 

 

오전에 대흥사를 둘러보고 늦은 점심을 마치고 나선 산행이었다

걷는 길이 짧아 가볼만 하다는 기사님 말만 믿고

선뜻 나선게 잘 한 일인지 못 한일인지를따지기 앞서

산새의 조화로움에 그냥 나를 버리고 말았던 도솔암..